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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감성

낭만 이야기

1. 꿈꾸는 나의 일기 3월 13일 금요일 날씨 : 푹푹 찜. 때론 허리케인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감 흐흐흑, 울~고 싶어라. 울고 싶어라. 이 마음! 바로 이 마음이 내 마음이다. 오늘따라 내 자신이 한없이 불쌍하게 느껴진다. 근 18년 넘게 살아오면서 오늘처럼 참담한 기분은 첨이다. 일기 쓰는 것 역시 죽을 맛이다. 잠잘 때 옷 갈아입고 자는 것만큼 귀찮고, 가루약 먹는 것보다 성가시며, 죽기보다 싫다는 걸 아주 많이, 엄청, 무지하게, 어마어마하게, 매우, 하늘과 땅만큼 뼈저리게 느꼈다. 아무래도 내일 일기를 못 쓸 것만 같다. 또 오늘의 밤이 내일 아침, 낼모레, 그 후, 그 후까지도 계속 지속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아! 끔찍하다. 아까 일만 생각하면 머리가 굉장히 ..
1. 꿈꾸는 나의 일기

3월 13일 금요일
날씨 : 푹푹 찜. 때론 허리케인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감
흐흐흑, 울~고 싶어라. 울고 싶어라. 이 마음!
바로 이 마음이 내 마음이다. 오늘따라 내 자신이 한없이 불쌍하게 느껴진다.
근 18년 넘게 살아오면서 오늘처럼 참담한 기분은 첨이다. 일기 쓰는 것 역시 죽을 맛이다.
잠잘 때 옷 갈아입고 자는 것만큼 귀찮고, 가루약 먹는 것보다 성가시며, 죽기보다 싫다는 걸 아주 많이, 엄청, 무지하게, 어마어마하게, 매우, 하늘과 땅만큼 뼈저리게 느꼈다.
아무래도 내일 일기를 못 쓸 것만 같다. 또 오늘의 밤이 내일 아침, 낼모레, 그 후, 그 후까지도 계속 지속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아! 끔찍하다.
아까 일만 생각하면 머리가 굉장히 아프다. 그만큼 충격이 크다는 얘기다. 날짜를 쓸 정도니까
특별하다 못해, 해괴하고 괴상망측하며, 기상천외한 일이라 짐작할 것이다. 이 같은 일이 매일 지속된다면 아마 이 지구는 그 즉시 멸망할 것이며 역사는 거기서 끝을 맺을 것이다.
심장이 도려지는 아픔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하나님도 너무 하시지.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내 이상의 여자를 찾는 것이 그렇게도 꼴불견인가?! 남자라면 누구나 다 한 번쯤 가져보는 꿈일 텐데, 왜 나에게만 벌을 주시나이까. 이럴 바에야 차라리 그 뒤통수만 보여주시지. 왜 괜스레 앞 통수까지 보여주셔서 이만저만 그만의 실망을 주시나. 그 황홀하고 무지개 같던 그 순간이 갑자기 어둠의 구렁텅이로 빠져든 그때, 그 순간! 난 잊지 못하리. 평생을 가고 백골이 진토 되어 흙 속에 스며들어도 그때, 그 순간 영원히 잊지 못하리! 으으~ 악몽 같은 그 순간!!! 내 꿈이 반으로 갈라지고 내 희망이 산산조각이 나 공기 중으로 사라졌을 때, 나는 이 세상의 끝을 보았다. 제기랄! 행복했던 지금까지의 시간이 그 후론 악몽 같은 시간으로 바뀌었다.
으으, 두고 보자. 더군다나 내 곱디고운 남방에 콩고물을 묻히고 달아난 그 호박 같은 기집애! 다음에 만날 땐 가만 안 두겠어, 내 옷을 더럽힌 죄로 만인 앞에 웃음거리로 만들겠다. 으흐흐
잠깐! 오늘이 며칠이지? 아이고, 세상에. 내 이럴 줄 알았어.
하필 오늘이 그 13일의 금요일이 될 게 뭐야. 그러니까 뭐가 안 되도 영 안 되지.
학교에서 벌 받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으으으으으으, 살맛 안 나!!!!!!


2. 전화 받고 싶은 사람
“난 도대체 이해가 안 되네! 하정이 누나 어디가 좋다고 따라다니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혹 누나 좋다는 사람들 시력이 마이너스거나 장님들 아냐?”
야금야금 그녀의 약을 올렸다.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작작 해라. 아무리 못나도 이쁘고 안 이쁜 건 구별 할 줄 아는 사람들이니까. 야, 민민! 가만히 들어주는 것도 어느 정도지 왜 내가 어디가 어때서? 이만하면 이쁜 얼굴, 귀여운 얼굴 아냐?!”
싱글거리며 웃었다.
“삶은 호박에 이빨도 안 들어갈 소리 하지 마! 누나 얼굴이 이쁘면 세상 여자들 다 추녀게? 몰라서 그렇지 누나보단 이쁠걸? 누나같이 못생긴 사람이 어디 또 있다고 그래?!”
툭 하고 그가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래~ 너, 엄청 잘났어! 내가 호박이면 넌 뭉개진 메주야! 잘났다 잘났어!”
드디어 그녀가 토라졌다.
“그래. 그래도 뭉개진 메주가 아니라고 호박한테도 전화가 다 오는구나!”
계속해서 그가 그녀를 놀렸다.
“어흐, 신경질 나! 오라는 사람한텐 전화 한 통 없고, 생각지도 않은 이상한 애들한테서만 전화 오고, 선물 받고 오늘 정말 왜 이러니…!”
울먹이듯이 그녀 혼자서 중얼거렸다.
“누구, 전화 오기로 했어?”

3. 불회
자연히 그의 눈이 찬란한 햇살에 눈부셔하며 찌푸려졌다. 그는 그녀처럼 오랫동안 태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금세 고개를 떨구었다. 태어나 살아오면서 저지른 죄를 눈부신 햇살들에게 들킨 것만 같아 부끄러웠다. 그래서 그는 고개를 숙여 태양을 등져 놓고도 한참을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자신이 갈망하는 죄 없는 순백색의 새하얀 빛의 잔여가 남아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었다.

4. 믿었어야 했어!
“민주야, 작년에 내가 사준 벙어리장갑 아직도 갖고 있어?”
그가 살그머니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매년 같은 질문, 같은 대답 지겹지도 않아?”
그녀가 톡 쏘았다.
“그걸 또 잃어버렸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닌데 그는 놀라워했다.
“난 간수를 잘한다고 하는데 어느새 찾아보면 또 없는 거야. 장갑들이 발이 달려 도망쳤나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언제 어느 때 잃어버렸는지 도통 모르겠어.”
입술을 삐죽거렸다.
“하여튼 장갑 잃어버리는 덴 도사야!”
그녀의 손을 잡고 장갑이 늘어져 있는 노점상으로 다가갔다.
“민주는 무슨 색깔을 좋아하지?”
주황색의 불빛 아래 오목조목 늘어져 있는 장갑들을 내려다보며 그가 말하였다.
“항상 사주던 색깔이지 뭐.”
리어카 안쪽으로 몸을 숙였다.
“그게 뭐였더라. 나이가 들면 다 이렇다니까.”
짓궂게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이상하게 왜 그래. 매년 린이 파란색 벙어리장갑 사줬잖아. 한두 해 사준 것도 아니면서 새삼 왜 그러지.”
자신의 일을 기억해 주지 않자 그녀가 볼멘소리로 그를 나무랐다.

5. 만남
“그날 나한테 그렇게 당하고도 이런 말이 나와?”
울먹임이 가득한 목소리로 나직이 말하였다.
“네가 그랬잖아, 내가 한 장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겨우 그 한 번의 창피함 때문에 또다시 널 포기하는 어리석음은 겪고 싶지 않았어. 받아 주겠지?”
향기로움에 끌려 올려다본 그에게서는 어린 날 보았던 거칠 것 없는 천진함이 보였다. 얼굴 붉힐만한 장난 속에서도 수많은 날들을 가슴 뛰게 했던 그 미소를 그는 짓고 있었다. 단 한마디의 말로 그 미소를 잃고 싶진 않았다. 살포시 꽃다발을 거머쥔 그의 손등을 스치며 꽃을 받아들었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너 아직도 글 써? 예전엔 글 잘 썼잖아, 그래서 우리들이 순서 기다리고 했는데….”라는 말을 이따금 들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고교 졸업 후, 회사 생활을 하며 짧게 짧게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쓰고 남은 이면지에 적어 뒀다가 컴퓨터로 문서화 작업을 했습니다.
어딘가에 투고나 해 볼까 싶어 여러 번 문서를 열었다 닫았다 했지만, 그럴 때마다 내용이 가끔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 교정을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왜인지 마침표는 꼭 찍고 싶어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예전 작품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추후 새로운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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